6월이었다. 오른쪽 무릎에서 혹을 떼고 8개월 재활을 무사히 마친 나는 덕이 가교 여석훈 형님과 함께 지리산 종주를 다녀왔다. 첫째 날 동틀 무렵 노고단 고개를 넘으며 잠깐씩 사람들은 천왕봉을 바라본다. 저 멀리 까마득한 천왕봉은 신비롭고 장엄하지만 한 걸음씩 걷다 보면 다음 날이나 그 다음 날에는 다들 그곳에 도착해 인증샷을 찍고 있다.
11주년 감사예배를 마치고, 창립 20주년 감사예배를 드리게 될 2035년을 내다본다. 아직도 9년도 더 남았고, 내일 일은커녕 잠시 후 일어날 일도 잘 모르는 우리지만, 우리는 또 어느새 2035년에 도착해 있는 우리를 발견할 것이다.
앞으로 걸어갈 새로운 10년의 첫해가 두 달도 채 남지 않았다. 1년 전 10주년 감사예배를 마친 뒤부터 시작한 이 새로운 10년의 준비는 올 한 해 부지런히 진행되었다.
3일간의 종주 산행도 등산화 끈을 묶는 것으로부터 시작하듯. 우리는 올해 전가족 설문조사를 했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목자들은 20주년위원회를 구성하여 2035년까지 10년간 이뤄갈 우리 교회의 중장기 비전을 함께 세우고 이번 수련회 둘째 날 말씀나눔에서는 그 일부를 함께 나누었다. 노고단 고개에서 숨을 고르며 저 멀리 천왕봉을 바라보듯.
노고단에서 바라본 천왕봉
천왕봉에서 바라본 노고단
올해 우린 두 개의 마을을 만들었다. 열한 개의 가교가 두 마을로 중간 규모의 공동체를 형성하기 시작했다. 두 분의 착한 마을지기도 세워졌다. 창립 20주년까지 앞으로 걸어갈 교회의 발걸음에 마을 공동체는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앞으로 10년간 가교들은 성장해 가며 마을 안에 새로운 가교들이 생겨날 것이고 마을들이 성장하며 새로운 마을들이 생겨날 것이다.
아직 가족들께 직접 느낄 변화는 많지 않았지만, 두 달 뒤면 찾아올 우리의 아주 가까운 미래, 2027년부터는 조금씩 체감될 것이다. 이미 두 달째 모임 중인 예배, 변혁, 성장세대 사역 협의회가 그 변화의 시작이 될 것이다. 당장 내년이면 바로 예배의 변화, 성장세대 사역의 변화, 변혁사역의 변화가 시작될 것이다.
내년부터 시작될 변화들이 어디 즐겁기만 할 것인가. 지금까지 안 해 본 일들이니 실제보다 더 어렵게 느낄 수도 있다. 허나, 만일 10년 전의 우리가 어려움이나 두려움을 피하고자 했다면 아마 우리가 사랑하는 이 교회도 아마 없었것이다. 지금까지 걸어온 길에서 우리는 어려웠고 두려웠지만 피하지 않았던 것처럼 우리가 함께 한 발씩 걸어간다면 10년 뒤에는 감사와 감동 속에 지금 우리의 모습을 돌아볼 것이다. 천왕봉에 도착하여 뒤를 돌아보면 아득히 저편에서 이틀 전 출발했던 노고단이 손을 흔드는 것처럼.
20261108 유형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