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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쓰는 그리스도인

20210620 주보칼럼
나에게 글 쓰는 훈련을 시켜주신 분은 어머니시다. 코로나 창궐 이후 일산에 통 못오고 계시지만 교회 초기 멤버들은 그 카리스마를 기억하고 계실 것이다. 어머니는 두 아들과의 소통을 위해 일기를 쓰게 하시고 일기장 검사를 매일 하셨다. 요즘도 카리스마 뿜어져 나오는 형형한 눈빛이시니 당시 초등학생이던 동생은 물론이요 중학생이던 나도 저항하거나 거부할 도리가 없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저항은 일기가 아닌 소설을 쓰는 것 뿐이었다. 이를테면, 어떤 다른 아이의 일기를 매일 저녁 읽게 해 드리는 것. 말 그대로 '글짓기'였다.
일기장 검사는 고등학교 생활이 시작되고서야 중단되었다. 지금도 부모님 댁 어느 구석에 40년 가까이 된 나의 일기장들은 쌓여 있으려나. 덕분에 글쓰기 숙제를 해가면 국어선생님들의 칭찬을 많이 받았고, 중고등학교 친구들과 군대 고참들의 연애편지 대필도 많이 했고, 전업작가가 되지는 못했지만 직업의 일부가 글 쓰는 일인 사람이 되기도 했다.
몇몇 가족들과 월요일 저녁마다 함께하는 책모임, 이번에 나눔을 하게 된 책은 '글쓰는 그리스도인'(김기현,성서유니온)이다. 전혀 다른 배경에서 자라오다 벌써 40대가 된 세 사람의 가족들과 함께하는 책읽기와 글쓰기 나눔은 즐겁다. 이 교회 목사이기 때문에 의무적으로 쓰는 글 말고 마음을 담은 글을 다시 쓰고 서로의 글을 읽어주고 서로의 발걸음을 칭찬하고 삶을 위로하는 시간은 정겹다.
글쓰기를 좋아하지만 글쓰기를 가르칠 자격은 없는데, 다시 글을 쓰고 싶어하는 가족들이 있다면 책을 통해 김기현 목사님에게 글쓰기를 배우고, 책에 딸린 과제를 따라 함께 글을 쓰고 나눌 수 있는 좋은 교재를 찾았다. 스마트폰 하나면 모든 생활이 가능한 이 전능하고 빠른 시대에 책상에 멈추어 나를 돌아본다는 것, 커피나 차를 마시며 나의 이야기를 글로 쓴다는 것, 서로의 글씨를 읽어주고 인생을 들어준다는 것, 이 스마트한 시대에 사람만이 누릴 수 있는 사람의 시간이다. 꼭 목사 아무개와 함께가 아니더라도 마음 맞는 친구들과 함께 글을 쓰고 서로 읽어주는 몇주의 시간, 올해가 가기 전에 우리 모두가 글쓰는 그리스도인이 되어보는 것은 어떨까.